※{이만섭시인서재}

가을 저녁에 /이만섭

이양덕 2011. 9. 25. 12:24

 

 

 

       가을 저녁에 /이만섭

 

 

 

       흰 달이 푸른 강을 건너지 못하고 머뭇대더니  

       노을을 만나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달의 이정표였나, 노을은  

       어둠을 깨워 돌아갈 길을 열어주었으니  

       어떤 쓸쓸도 초연하다. 

 

 

       하루 가운데 문밖의 뜰을 걷고 싶을 때도 이때다  

       뜰에서 뜰 밖으로,  

       뜰 밖에서 먼 밖으로,  

       건들바람 편이 아니라도 흘러 귀 닿고 싶다.

 

 

       천지간에 어둠을 채우는 사이  

       주문을 외워 낯선 빛과 소리를 불러들인다. 

 

 

       하늘도 푸른 강을 지워놓고

       사라진 흰 달이 다시 떠오르길 기다리는

       고즈넉한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