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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들의 노래1 외1
이양덕
2011. 10. 3. 14:25
풀들의 노래 1 /송명진
빗장을 따고
푸른 바늘을 세우는
풀
바람 끝에서
깊디깊은 숨 거머쥐고
알몸이라도 달빛에 흐느껴 운다
저 깊은 강
뿌리에다 대고
돌로 주저앉고 싶어
뻐꾸기의 울음으로 띄우는
이 신열
언제 하늘이 열리는가
팔을 뻗쳐
불로 번지는 골짝을
내 노래로 덮으리
풀들의 노래 2 /송명진
겨울이 끝나는 모서리에
은날처럼 일어서는 소리가 있다
아린 뼈 속의 바람으로
실팍한 목숨을 물려
눈물 고인 얼굴로 부르는 노래가 있다
무릎을 일으키는
저 가까운 목숨들
깊은 땅의 숨소리를 얻어
먹구름의 하늘로 열어젖히고
미어지게 쫓겨나던 새떼도
쩡쩡 돌비알을 돌이켜 앉히는
흔들어제끼는 소리가 있다
아직은 허기진 어깨
마디마디 주름을 접어
살비듬 터는 흐린 눈빛이지만
바위에 부딫히는 파도처럼
퍼렇게 되살아나
볕살 잘 흐르는 땅에
아이들의 노래를 켜고 있다
욕망의 빗장을 푸는
뭉그러진 열 손가락
숭얼숭얼
저녁 등같이 고갤 저으며
골 깊은 산을 바라보고 섰다
* 황금알 시인선 송명진 유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