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찻물이 끊는 동안
이양덕
2011. 10. 14. 21:35
찻물이 끓는 동안 /이만섭
투명함 그대로
먼 산을 바라보던 창이 생각을 마친 듯
물의 비등점에서 눈빛을 낮춘다
침묵은 더욱 가지런하다
설설, 가벼워지는 생각들
이제까지 시간은 더디 가는 법을 몰라
설레발치며 앞서 왔다
그러나 독선의 고삐를 풀어버리고
생각을 초원처럼 방목하고 싶은 것이다
습관은 왜 진보하지 못했던가,
그곳의 시간들은 지극히 세속적이어서
기다림의 방법이라든가
그리움의 주파수 같은 것은 잊고 산다
일상의 원심력에 저항하는
투명한 창이 눈빛을 낮춘 사이
물빛 맑은 아늑함으로
조용히 들어앉는 성정의 시간
무릎을 가지런히 하여 나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