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통증 - 이만섭

 

 

 

 

     푸른 통증 /이만섭

 

 

  

 

      못을 박던 망치가 손등을 내리친 뒤

 

      물러서서 한참을 고통스러워하다가

 

      벽을 생각하게 되었다

 

      손등은 금세 피멍으로 부풀고

 

      못이 튕겨 나간 벽은 못을 비낀 이유처럼

 

      잠자코 손등을 주시하고 있었다

 

      한 차례 섬광처럼 부딪힌 충돌에도

 

      벽은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꼿꼿하게 서서

 

      유성검을 익히는 자의 사부처럼

 

      섣불리 망치를 쥔 내 손을 타격한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드는 사이

 

      손등에 푸른 통증을 심어놓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