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연두의 가장 먼 곳에서 - 이만섭

이양덕 2011. 12. 11. 13:31

 

 

 

연두의 가장 먼 곳에서 / 이만섭

 

 

 

겨울나무가 몸의 변방을 지나고 있다

산 넘고 물 건너왔다가

다시 떠난 자리로 돌아가는 중이니

나무의 생은 끊임없이 길을 가는 일이다

제자리에서도 쉬지 않고 걸으며

지금은 연두에서 가장 먼 곳에 이르렀다

어깨를 맞대어 동고동락하던 이웃들도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고

나 또한 나무를 따라왔으니

보폭 사이에 세운 나무의 등뼈를

바람은 천 번도 더 읽어 이제는 경전이 되었겠다

눈빛 아리도록 섬약한 여리움으로

잎 돋아내고 꽃 피워 씨방을 짓던 환희를

결코 잊을 수 없겠으니

줄기차게 달려온 시간들은 생의 변곡점에서

수행자처럼 비우고 또 비워

마침내 나이테를 완성중이다

절해고도에서 영혼을 뿌리에 내려놓고

뼈로 쓰는 생의 문장이라면

기필코 연두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서 일 것이다

이 겨울 나도 나무를 따라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