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忍冬 - 이만섭

이양덕 2011. 12. 30. 03:52

忍冬  /이만섭

 

 

 

차운 저녁 불빛이

생의 실핏줄처럼 번져오는 주택가 언덕배기

회색 담벼락에 낡은 픽업차를 붙여놓고

중년사내가 붕어빵을 굽고 있다

 

달그락 달그락- 눅눅한 손놀림으로

쇠갈고리 끝에서 구워져 나오는

붕어빵들, 빵 기계 앞에 나란히 나란히

손님을 기다리는 중이다

 

날이 추워선지 지나가는 사람 보이지 않고

딱딱한 빵틀을 가린 천막의 차양 위로

가만가만 훈김만 피어오르는데

 

손님은 없어도 추위를 물리려고

사내는 묵묵히 붕어빵을 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