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붉은 해를 위한 아다지오 ㅡ 이만섭
이양덕
2012. 1. 2. 10:45
붉은 해를 위한 아다지오
이만섭 아침은 어둠으로부터 깨어나는 생의 찬미의식 밤의 손길이 건너와서 빛의 현을 켠다 느린 듯 차분하게 연주가 시작되면 가지런하고 정숙한 몸가짐은 어느덧 선명해져 갖가지 풍경을 거느리고 마음 갈피에 꽂아둔 간밤의 꿈들을 뒤적이기 시작한다 빛은 투명하게 비쳐와 어디든지 맑은 우물물처럼 고여 있는데 그런 아침은 깃털 같은 가벼움으로 날고 싶다 사랑하는 마음도 부풀어 맨 먼저 창에 눈을 맞추고 먼동에서 흘러온 서곡에 가슴을 얹는다 밤사이 작은 새를 재워낸 회나무는 불침번 같은 몸을 지상에 내려 숨결을 고르는데 맨주먹 움켜쥐고 일어서려는 흙들, 깊이깊이 생명을 품었구나! 농부처럼 괭이자루를 메고 들판으로 나아가리 씨앗이 움 틔우는 길을 터주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