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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오후 세시의 戀歌

이양덕 2012. 2. 8. 11:10

 

 

 

 

어느 오후 3시의 戀歌

 

 

 이만섭

 

 

 

오지 않는 시간에 기대인 그림자 곁에 선다

그런 날은 누구라는 이름으로

그런 날의 오후 3시는 우연이라는 미혹으로 피어나는,

장막에 가린 꽃 한 송이 보기 위해

정오와 저녁의 경계에서 보이지 않는 입자들이

부표처럼 떠다니는 수직의 벼랑에 닿는다

얼마만의 아득함이라도 들여놓기 위한 자구책인가,

나는 산책자의 길을 멈춰

키 큰 물버드나무 아래 놓인 나무벤치에

등받이와 무릎의 각도가 직각으로 뻗어 나간

그대의 시간에 맞춰 당도해 있을 터이니,

그곳은 공교롭게도 바람의 異域

틈틈이 적요가 몸을 에우고

억새꽃 사이로 물비늘 풀어내는 강물의 숨결이 들린다

서두르지 않고 흐르는 풍경들

기다림도 시간을 견뎌내는 일이라던

그런 나를 속이며 의자에 기대인  몸을 밀어

해거름 맡에 놓는다

저녁으로 기운 시간을 이끌듯이

날갯죽지에 사양을 걸친 한 무리 물오리 떼의 입수가 시작되자

훅- 하고 이는 강물 냄새

가느다랗게 풀어져 내린 버들가지 하느작이는 소리에

어느 뒷모습이 깨어나는가,

모로 눕힌 귀를 세우는 내 작은 연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