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바람이 즐기는 것은 ㅡ 이만섭

이양덕 2012. 3. 13. 10:38

 

 

 

 

 

   바람이 즐기는 것은

   

   이만섭

 

 

 

   버들가지 손마디를 펴

   유연한 몸짓으로 제 몸의 길이를 잰다

   낭창낭창 허방을 타며,

 

   풀잎도 뾰족한 끝으로

   몸에 얹힌 이슬을 흘러버리고

   풀숲의 잔등에서 꼬리를 흔들며

   바람을 배웅한다

 

   빈터의 소유권이 하나같이 제 것인 양

 

   묵정밭에 굴러 온 검정비닐봉지까지

   고춧대 마른 가지 끝에

   통째로 꿰어

   바스락바스락 갈마든다

 

   혼자 와서 더불어 노닐다가

   적막까지 거두어 가는

   저 헛헛한 유리걸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