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4월 - 이만섭
이양덕
2012. 4. 8. 07:59
4월 /이만섭
바람이 먼지를 끌어다가 집을 짓는다
거친 손마디는 닥치는 대로
먼지가 아니어도 머릿돌을 지붕으로 올리고
흔들리는 서까래 위에 엉거주춤한 저 창 없는 누각은
어디서 오는 풍광인가,
기둥조차 없는 집을 축조한 바람은
황무지처럼 메마른 더께로 얹힌 먼지뿐인
지붕에도 생명을 싹 틔운다
희뿌연 천지간에 풀물 같이 번져오는
연두에 마음 뺏긴 봄밤은
날짐승들도 잠 못 이루고,
귀촉도 피 흘린 자국마다 두견화는
애절한 꽃점을 찍는데
바람의 안쪽에서 피었다가
바람의 바깥으로 쉬이 지는 꽃들이 안쓰럽다
먼지를 보듬어 싹을 틔운 손길이여,
마침내 정원을 만들고 꽃나무를 완성하였으니
이쯤에서 무슨 속말인들 못하리,
스물한 살 청춘을 함부로 갈겨쓰듯
먼지투성인 채 열정을 바친 바람의 등 너머
오월이 있다니 믿어도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