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詩語들 ㅡ 이만섭

이양덕 2012. 8. 23. 12:02

 

 

 

 

 

 

 詩語들

 

                     이만섭

 

 

 

신국의 말들은 천 개의 귀를 지니고 있어서

아무도 모르게 구석에 가서 중얼거린다

그런데 벽과 벽 사이 주름 잡힌 귀가 있다

다시 창가로 나와 내 흘린 말들을 주워드는데

문밖의 새와 나무가 비켜보고 있다

새도 나무도 없는 빈들에 나가

울렁거리는 혼잣말 허공에 쏟아내는데

지나가던 바람이 채어 간다 너의 것이 아니라는 듯

어디에도 함부로 내놓을 수 없는 말들,

길을 걸으며 무시로 내뱉은 그간의 말들은

들풀이 듣고, 샛강이 듣고, 미루나무가 들었을 터이니

나의 산책길도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저 귀들이

예리한 날로 나를 베이려 든다

아- 나는 입때껏 내 궁핍을 채우기 위해

저들이 지닌 말들을 조탁하다가 허전함만 키웠구나,

이제부터 내가 흘러놓은 말들의 역순을 밟아

그간의 부끄러움을 거둬들이며

내 말을 관통하는 저들의 귀를 배워야겠다

오늘은 강가에 가서 내가 해야 할 말이 있는데

강은 이미 알아차리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