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구름의 속성 ㅡ 이양덕

이양덕 2012. 9. 30. 07:54

 

 


구름의 속성



                      이양덕




무정부주의자가 아닙니다.

허공을 점령했지만 뿌리 내리지 못하고

집시의 망령에 붙들려 머물 수가 없습니다.

날선 빗금을 그으며 공포를 조성하고

장대비를 거침없이 쏟아내며

우렛소리는 광기의 정점을 달리지요.

금세 순한 양과 토끼 풍선을 띄우고

목동과 빅토리아 호수를 건너

대물림한 가난을 지우려 희망을 쏘아올립니다.

독글물로 주검이 된 기러기를 발견할 땐

쏟살같이 포근한 깃털로 감싸주고

서걱대는 갈대와 검푸른 밤을 건너와

산타 마리아 성당에서 기도를 올려요.

잃어버린 날개와 눈을 찾아주며

몸 속에 새들의 애절한 눈빛이 아파서

다시 심장이 뛸 수 있도록 수혈하고 싶어요.

갈라파고스에선 혹등고래 한 쌍이

아기를 잉태했다는 전언입니다.

별은 잠들고 달이 가뭇해져 허공 뿐인 듯 해도

솜사탕 같은 오늘을 실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