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불멸의 수식어들

이양덕 2012. 10. 21. 20:31

 

 

 

 

 

 

    불멸의 수식어들

 

     이만섭

 

 

 

 

    우리들의 계절에 피는 꽃들은 붉은색이다

    우리들의 계절을 나는 새들은 파란색이다

    정靜과 동動사이 내걸린 단청무늬, 이것들을 간직하기 위해

    돌에 이름을 새긴다

 

 

    그러므로

    꽃의 허공은 비어 있는 자리를 등불로 밝히고

    새의 공중은 비어 있는 자리를 날개로 길을 낸다

 

 

    나는 나무와 바람과 돌멩이 가운데 끝까지 남아주길 바라는 것을 찾아 수많은 날을 헤매었다

    내가 무덤이 되었을 때 아무것도 아닐 수밖에 없는,

    내게 가장 익숙한 것을 찾아가고 말 것인데

    꽃이나 새 같은 것을 탐한다

 

 

    우리들의 어제란 있는 것인가,

    우리들의 내일이란 있는 것인가,

    그것들은 오늘 속에서 둥글어지기 위한 억겁의 시차가 아니었나,

    해를 닮고 달을 닮고 별을 닮아 우주의 행성이 되어 가는데

    우리는 여전히 강물로 흐르고 있다

 

 

    강물이 마를 때까지 피고 지는 우리의 꽃들이여,

    나무들이 소멸할 때까지 날며 노래하는 우리의 새들이여,

 

 

    일광을 배웅하는 저녁의 뒤꼍에서

    온다는 사람을 마중하듯

    별자리에 밖힌 그리움을 헤는 검지 가까이에

    환換을 지을 수 있는 엄지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