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어둠이 데려오는 것들 ㅡ 이양덕
이양덕
2012. 11. 26. 18:00
어둠이 데려오는 것들
이양덕
갈바람이 어둠의 커튼을 열었습니다
이녁을 물든 빛의 그림자를 지우며
별들이 파란 얼굴로 몰려옵니다.
어둠을 베고 누운 후박나무도 고요에 들었는데
나비는 꽃대궁에 갇혀버렸을까요
달콤한 꽃잠에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오늘밤 그대의 오목 귀에
석류알처럼 영롱한 말을 내려놓고 싶습니다
그대의 심연에서 나의 고백이
환희로 출렁이도록 기도하겠습니다
밤하늘엔 야상곡이 울려 퍼지고
창문을 기웃대는 달빛 가슴으로 설레는
잠 못 드는 밤이면 좋겠습니다
어둠을 뚫고 창공을 나는 새처럼
하현달에도 핏기가 돌고 맥박이 빨라지겠지요
밤새 앓던 그리움으로
창가엔 겨울 장미가 피어나고
억누를 수 없는 기쁨에
나의 어둠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