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슬픔을 건너가기 ㅡ 이만섭
이양덕
2013. 1. 23. 05:58
슬픔을 건너가기
- j 시인에게
이만섭
슬픔은 대개 눈물로 흘러내려 발등을 적신다
눈물을 보이지 않는 슬픔도 있지만
그것은 눈물을 돌볼 겨를이 없기 때문이지
그럼에도 김 서린 창유리처럼 시야를 흐려놓고
암연히 흐르는 강줄기 앞에 오도 가도 못해
앉아 울거나 서서 울거나 구석에서 울거나
그 슬픔 더욱 깊어질 때 절벽을 타듯
가파른 눈물 줄기 앙다문 입술을 앵돌아
거기 슬픔을 일으켜 세우는 어금니가 있으니
어릴 적 사랑니는 그 곁에서도 응석을 부렸던가,
어느 시절 청춘을 짓밟고 왔을 때
굳센 힘으로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우며
시야를 가린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내던 어금니
끄덕끄덕 견디며 더욱 단단해졌다
슬픔이여, 오늘의 눈물이여!
모든 생은 강물 곁에 살고 있다
그대 흉중에 남실대는 눈물의 이랑
천 겹 만 겹 파문을 짓고 밀려오는데
심신인들 고단하지 않을까,
가슴에 게양한 슬픔의 돛일랑
노 저어가는 거리만큼 멀어질 것이니
무량한 봄날의 낙화유수가 무에 다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