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꽃의 속도 ㅡ 이만섭
이양덕
2013. 3. 10. 15:14
꽃의 속도
이만섭
풍경을 클로즈업하여 꽃이 핀다
심장과 얼굴의 경계라면 어느 곳이든
처음엔 달팽이처럼 한 그루 나무만을 옮겨 다니다가도
어느덧 조용하고 분명하게 정점을 찍는다
햇빛을 좇아 원정을 이끌던 바람을 물리고
등 굽혀 엎드린 공손한 담장 가에서
위태로운 난간을 향해 매무시를 가다듬는 나무
가쁜 호흡을 진정시켜
비밀리에 아름다움을 수놓는다
그래서 봄날의 목련은 더욱 눈부시다
저 꽃들, 산으로 들로 질러오다가
언덕 어디쯤에서 한 차례 전투를 치렀으리라,
그렇지 않고 나무의 거친 등걸을 함부로 오를 수 있을 것인가,
두텁게 무장한 외피를 벗어던진 허공에
흘러넘치는 맥박 뛰는 소리
생명을 좇아온 실핏줄이 선명하다
우듬지마다 최초를 차지한 꽃들,
생의 절정에 도착한 저 아름다운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