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그물 ㅡ 이만섭

이양덕 2013. 3. 15. 12:20

 

 

 

 

 

 

   그물

 

 

 

              이만섭

 

 

 

  저것은 코로 사냥하는 짐승

  냄새로 바람을 유인하여 품에 들이는데

  부릅뜬 눈 한 번 감았다가 내려놓는 사이

  포만감으로 원심력을 잃는다.

 

  참새를 잡아 무논 엿 마지기를 장만했다는 사내는 그 비결을 아무에게도 귀띔해주지 않았다. 그는 또 장마에 저수지 물꼬를 트고 나온 잉어를 두 가마니나 건져 올린 적도 있었다고 자랑했지만, 그 방법 또한 끝내 귀를 재웠다. 그와 같은 일망타진식一網打盡式 취향에 대해 일체 입을 다물고 사는 사내를 우리는 직조인간이라 부른다.

 

  오늘도 서녘에 되새 떼들이 그물을 치는 것을 보았는데

  먹이 가뭄이 시작되는 듯 붉은 하늘가에 공중이 도망 다니는 게 역력했다.

 

  새의 깃털은 그물을 피하려고 나는 것이며

  물고기의 지느러미는 그물을 빠져나가고자 흔드는 것이지만

  천 개의 눈으로도 제 몸 부리는 줄 모르며 한 입 크게 벌려 폭식을 즐기는 자가

  어느 날 그물 세례를 받고 구석에 처박힌 것이 목격되었다.

 

  그 큰 입으로도 홀쭉한 배를 움켜쥐고 굶어 죽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