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그늘의 목록 ㅡ 이양덕

이양덕 2013. 3. 23. 21:00

 

 

 

 

 

 

 

 

 

      그늘의 목록/이양덕

 

 

 

 

          이곳은 조그맣고 착한 풀잎들이 등재된 목록입니다

          연두로 열리는 황홀한 그날을 기다리며

          설익어서 떫고 풋내나는 미완의 언어들이

          차가운 바닥에서 밟히면 얼른 품에 안아줍니다

          쓸쓸은 깊어져 햇살도 숨어버린

          바람소리만이 가까이 왔다가 흩어지는

          그늘의 행성에도 생성과 소멸 진화는 반복됩니다

          풍속이 거셀수록 숨겨진 에너지는 증폭되고

          새들은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나뭇가지에 연분홍 꽃차례를 올리고

          화살나무 겨드랑이에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맞이 꽃은 달님에게

          영원에 이르는 길을 묻습니다

          영토를 지키기 위해 송전탑을 내려온 민들레는

          노란 깃발을 흔들며 반전을 노리고

          태양의 등뒤에 그늘을 펴 눅눅한 자락을 말리는데

          흰무늬나방, 노루발풀, 꽃다지, 온갖 것들

          그늘의 目錄에 연필심을 꾹꾹눌러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