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봄날에 ㅡ 이만섭
이양덕
2013. 3. 25. 13:30
봄날에 / 이만섭
달걀노른자와 산수유 꽃 가운데
어느 빛깔이 더 노랄까,
강아지와 고양이의 낮잠 가운데
어느 잠이 더 곤할까,
제비꽃과 앉은뱅이꽃 가운데
누가 더 양지바른 언덕을 잘 탈까,
참꽃과 열일곱 소녀의 볼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수줍어할까,
쥐똥나무 아래 참새 떼와 공원의 아이들 가운데
누가 더 잘도 재잘거릴까,
살랑살랑 부는 바람결에 버들가지와 치맛자락 가운데
어느 보폭이 더 클까,
배추흰나비는 취객처럼 비틀거리는 아지랑이를
요리저리 버선발로 쫓아다니는데
언덕 아래 청보리밭으로 꼬드겨
꽃뱀처럼 단물만 빼먹는 것은 아닐 테지,
이것들, 동백섬 가는 길에
뱃전에서 삿대로 물낯을 치듯
뒤적뒤적 생각에다가 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