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어느 돌멩이의 독백 ㅡ 이양덕
이양덕
2013. 4. 6. 08:30
어느 돌멩이의 독백
이양덕
한 손은 턱을 괴고 한 손은 무릎을 짚은 채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으로 살지 않겠습니다,
단단한 몸에 씨앗 한 톨 품을 수 없고
붉은 열매 하나 맺을 수 없다는 건
당신의 무용론은 모순입니다.
인류의 시작과 진화 사랑 감동 눈물의 서사를
돌판에 음각해 놓은 기록이
표징으로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며
피가 돌지않는 몸에서 눈물로 피워낸
영매도 詠梅圖의 묵향도 천 년을 그대로입니다
어느 부랑자의 화풀이로 발뿌리에 차여서
유기견의 오물로 엄숙하게 세례식을 치른
전봇대 정강이뼈에 부딪쳐 나동그라지기도 했지만
지난 세월이 슬픔뿐이었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목화솜보다 포근한 어머니 품에서
달과 별을 손에 쥐고 쌔근쌔근 잠이 든
저 피에타상의 자애로운 품을 그대에게 바치고 싶군요
그리운 이름을 불러보고 싶습니다
데굴데굴 땅따먹기 공기놀이에 앵두보다 탱글탱글했던
눈짓 손짓 몸짓 마음의 무늬까지
한 폭의 벽화로 피어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