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봄꽃 누명 ㅡ 이양덕
이양덕
2013. 4. 15. 08:10
봄꽃 누명 /이먕덕
봄꽃에도 할 말이 있다네
소심해서 고백하지 못한 그립다는 그 말
골목 어귀에 서 있던 귀룽나무가 발설했을까
태양이 달을 삼켜버린 비밀스런 밤에
목련이 치맛속에 달을 품었다는 몸통도 없는
천 개의 입과 천 개의 발이 달린 괴소문은
바람의 무등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가고
외마디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발가벗겨져 눈물은 발등을 적시는데
달 그림자에 베인 자국은 아물지 않고
창백한 꽃잎은 앙다물어버렸다
지상의 슬픔은 이곳으로 흘러드는가
푸른 혈관이 보이도록 핼쓱해져 심장이 시려오고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 꽃나무 아래서
쑥덕쑥덕 꽃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