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취미의 계절 ㅡ 이만섭
이양덕
2013. 4. 16. 03:12
취미의 계절
이만섭
우리는 꽃 보러 간다
날개로 흥을 돋는 꿀벌처럼
홈쇼핑에서 아웃도어를 사입고
옷을 꽃의 배경으로 삼는다
잠시 구경하고 오는 꽃인데
그렇게 피고 지는 꽃이어서
전세버스에 바람이며 햇빛까지 싣고 간다
국도는 꼬리 무는 차들로 빽빽하다
봄날인데 들에는 씨 뿌리는 농부 보이지 않고
하나같이 꽃 보러 떠났나,
흥에 겨운 상춘객들
어디에도 그늘진 곳 없는 낙낙한 표정들
돌아올 때도 꽃구경 잘했다고
끄덕끄덕 흥얼대겠지
이 봄 내내 꽃은 지칠 때까지
사람들을 실어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