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오동꽃의 눈물 - 이양덕
이양덕
2013. 6. 4. 08:57
오동꽃의 눈물
-뒤주 이야기-
이양덕
연보랏빛 오동 꽃잎 하나
구름 속의 새처럼 숨어사는 운조루에 깃들었다
합죽선을 펴 놓은 듯 팔작지붕의 처마를 따라
야트막한 곳간채 어둑신한 자리에서
충직한 지킴이로 견뎌온 숨결조차 고요롭다
타인능해(他人能解) 문자판을 손목에 매달고
마른 수숫대 같은 목민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며
저들과 함께한 모습이 갸륵하다
그러나 지상엔 빛과 어둠이 공존하고
미혹의 뿌리는 깊어갔으니
인애의 물결이 넘실거려야 할 곳에
뼈가 녹아내리고 가슴이 서늘하다
권력은 광풍을 부르고 해도 달도 숨었다
미움은 독초의 씨앗을 뿌리고
분노는 저주의 활을 당기고
사랑을 사랑으로 꽃 피우지 못한 비련이여,
악어의 입 속에 가두어 놓고
여드레를 톱으로 켜고 결박하고
후득후득 살아올 수 없는 뼈와 살이 무너지는 소리
저기 눈물마져 질식해버린 오목눈이를 보세요
천 년이 흘러도 멍 자국은 아니 가시고
꽃잎 뚝뚝 떨구던 그날이 생생한데
그러나 난, 임을 위한 눈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