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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의 꽃 - 이만섭
이양덕
2013. 6. 19. 10:09
몽유의 꽃
이만섭
한밤을 깨워
연못 같은 적요를 건너는 달밤
아슬아슬 누란을 딛고
아무도 모르게
넝쿨 위에 얹힌 힌 손,
담장을 넘어오는 줄 알았는데
손 끝에 촉촉한 이슬 묻혀 잎사귀마다
사붓사붓 쓰다듬는 손길은
어디론가 가자고 속삭인다
창문 안쪽에서 건너보는 담장마루는
밤하늘과 맞닿아
밀회하기 좋은 자라,
천 년 같은 생이 기다린다
월하빙인의 손에 이끌리듯
난간으로 난간으로 초대받아 가서
박꽃처럼 몰래 피우는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