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원고지라는 담장 ㅡ이만섭
이양덕
2013. 6. 21. 14:15
원고지라는 담장
이만섭
벽돌쌓기가 시작되었다
조적공은 흙손을 들어 모래와 시멘트를 배합한 질료를 먹줄 안쪽에 올려놓고
반듯하게 벽돌을 쌓는다
직립의 평면이 스크린처럼 확장되고
우리는 그를 여백을 가꾸는 제사장이라고 부른다
수많은 입구(口)자들,
말 머금은 채 들어앉아 비문으로 새겨지길 기다리는 가운데
담장이 태어나고
담벼락을 얻은 골목이 문장의 길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