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바람과 나무 사이 - 이양덕
이양덕
2013. 6. 27. 05:25
바람과 나무 사이
바람과 나무사이 /이양덕
바람이,
나무의 몸에서 춤을 추고 아슬아슬 줄타기를 즐긴다
그들의 함수관계는 무엇일까,
바람 손 쓰다듬을 때마다 엽맥에 피가 돌고
무성한 나무가 닿을 듯 하늘도 우듬지도 푸르러간다
이때에 곤줄박이 새둥지를 틀고 고사목에도 새움이 돋는다
봄에는 화신을 불러 울긋불긋 물들어 갈 때에
붉은 열매 주렁주렁 안고 올 가을을 꿈꾸어도 좋으리
절벽 난간에서 나부끼는 하얀 풀꽃도
웃음을 잃지 않고 순한 모습 그대로다
그윽한 꽃향기도 바람이 불어 주지 않으면
꽃자리에 머물다 지워지고 말았을거야
바람도 나무의 몸짓을 통해서 자신을 만져볼 수 있고
나무가 춤출 때에야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으니
바람과 나무 사이는 어떤 이유로도 끊을 수 없다
서로 끌어당기지도, 그리워하지도
거쳐도 궁금하지 않아 그저 무심하게
불어닥친 폭우와 이변 속에서 보듬고 부딪히며
각기 방향이 다르고 보폭은 나란히 할 수 없지만
상처의 절반을 나누어 가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