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장마 ㅡ 이양덕
이양덕
2013. 7. 5. 04:50
장마 /이양덕
벌겋게 달군 뙤약볕은 팽팽한 긴장감이 풀어지고
멀리 적도에서 양 떼가 몰고 온 물방울은
낙화인듯 찬바닥에 나풋나풋 몸을 날려
죽어서 뼈로 비망록을 쓰는 그루터기에
살며시 팔을 뻗어 어루만진다
표본실 청개구리 울음소리는 유리벽을 뚫고 나와
파란 달개비 꽃으로 피었다
양철지붕 위로 올라간 삐에로가 물감을 쏟아놓고
난타를 벌이는데 천둥 번개 소리에 놀라
흐느끼는 빗방울을 모아서
창가에 매달아 놓았더니 눈물이 번져오고
양버즘나무는 바람을 빌어 몸을 말리는데
눅눅한 여름밤은 점액질처럼 끈적거린다
아직 바다 속으로 숨어버린 태양은
또 얼마나 젖어야,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퉁퉁 불은 국수면발 레인부츠 우산이 출입을 통제한다
시간을 갉아먹고 있는 게으름에서 벗어나
내 하늘에서 무지개 뜨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천 날을 젖어도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