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나무에게 물었다 ㅡ 이만섭

이양덕 2013. 12. 17. 08:05


 

 

 

 

 

나무에게 물었다

 

 

 

     이만섭

 

 

 

이 겨울,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꼿꼿하게 서 있는 네게

옷 한 벌 지어주지 못하는데

너는 왜 내 곁을 변함없이 지키느냐고,

 

밤이면 그토록 포근하던 달빛도

예리한 칼날처럼 시퍼렇게 빛나는데

맨몸으로 두 팔을 뻗어

한결 같이 마중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아침에도,

아무런 먹이도 내줄 수 없는데

곤줄박이가 안부처럼 네 곁을 맴도는 것을 본다

 

부리로 자꾸만 등걸을 쪼면서

무언가를 묻고 있는 듯한데

가슴에 봄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끝내 말하지 않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