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落日 ㅡ 이만섭
이양덕
2013. 12. 29. 14:13
落日
이만섭
한 마장쯤 서쪽을 걸어가서
렘브란트 풍으로 꽃등(燈)을 매단 풍경을 읽네
들녘은 하루살이식물의 열매를
대지에 씨앗처럼 심으며
불빛을 등지고 나는 새들은
낙장불입이라도 하듯 패를 던지고
식어가는 공중을 뜨니
모든 것은 멀리에도 가까이에도 있지 않고
수면처럼 잔잔해져
지평선을 펴놓고 술병을 비우는 대지는
천천히 취해 가는데
까망소를 타고 귀가하는 노인은
혼자서 월명가를 부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