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점자(點字)로 된 시 - 이만섭
이양덕
2014. 7. 18. 10:50
점자(點字)로 된 시
이만섭
집배원이 주고 간 시집이 따끈따끈하다
책장에서 후- 하고 내뿜는 잉크 냄새
윤전기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새 책을 받는 설렘은
손의 온기와 맞닥뜨리니 반가운 사이인 듯
쏟아지는 활자에 악수를 청한다
그런데 문장의 낱말들이 오톨도톨하다
문자들은 눈으로 읽히기보다 감촉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문장은 풍경을 쓰고 있는데 풍경은 문밖에 없다
삶의 울타리 안쪽 공간을 비집고 들어와
내력벽에 추상화처럼 걸려 있다
창밖의 햇빛을 빌려 풍경 아닌 풍경을 읽는다
시인의 얼굴을 만지듯
더듬더듬 손끝으로 짚어가며 읽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