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층계의 이유 ㅡ 이만섭

이양덕 2014. 7. 27. 18:53

 

 

 

 

 

 

 

    층계의 이유

 

 

       이만섭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모든 층계는 사무쳐서 태어난다

      사무치는 것들이 모여 오르내리는 것이다,

      맨땅이란 그런게 없다 가도 가도 사무칠 일이 없다,

      지평선이라도 그냥 바라보아야 한다,

      그런 감정을 비킨 층계는 얼마나 방법적인가,

      각의 모서리는 예기치 않게 무릎 을 다치게 하지만

      무릎이란 열망의 가장 하층부다,

      그것을 고지하며 오른다,

      층계에 핀 꽃을 본 적이 있다,

      아마릴리스보다 붉게 어느 아침 창은

      그 낯으로 빛을 모아주고 있었는데

      감흥에 사로잡힌 나머지 골똘했던 게 있다,

      꽃의 밤은 어땠을까 하고

      어둠 속에서 오르내렸을 발목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어떤 층계도 이런 연민은 있다,

      별을 따기 위해서 사다리가 필요하듯이

      사무쳐서 층계를 오른다,

      오르다 보면 작아지고 작아지다 보면 가벼워져

      통천문에 닿는데 그 너머

      푸른 해원이 그득하다, 거기

      지평에서 우러러보는 묘경이 있을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