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정장 입기 ㅡ 이만섭
이양덕
2014. 11. 11. 07:06
정장 입기
이만섭
신사와 숙녀는 동의어다
거울 앞에 모든 정장이 반듯하듯이
성별을 구별하지 않는 예를 갖추었다
둥근 거울이라도 비춰주는 모습은 다르지 않다
재봉선이 수직으로 뻗은 옷을 선호하는 게
신사의 첫번 째 조건이듯이
숙녀도 틀 속에 몸을 맞추듯 보정해주는
마네킹 같은 치수를 좋아한다
몸에 꼭 맞는 옷이란 두 팔을 벌렸을 때
겨드랑이에서 불쑥 돋아난 새의 날개와 같은 것이
몸을 깨금발처럼 살짝 들어 올리는 기분인데
그것은 마음이 가벼워져야 얻는 경험이다
그사이 부피를 줄인 품으로
자세를 반듯하게 세워놓는다면
거울이 하는 일이란 기분을 살피는 정도다
구두나 넥타이 핸드백 같은 것은
옷이 익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뿐인데
그런 생각이 미치지 못했을 때
예상 밖에 찌푸린 거울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때 감정을 젠틀하게 드러내는 게
가장 바르게 정장을 입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