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떡 ㅡ 이만섭
이양덕
2014. 12. 8. 08:34
떡 / 이만섭
두 여자가 시장에서 떡을 사와
쑥덕거리며 먹는다 둘만의 잔치처럼
떡 밖에 것은 모두 순서에서 밀려나 있어
잘 쳐진 인절미가 착 달라붙어
갱엿인가 싶을 정도다
떡을 싫어하는 남자도 샘나게 쩝쩝거리는 동안
떡은 어느새 비워지고,
그녀들, 동성연애의 낮거리처럼
무릎단의 고물을 툭툭 털며
공복의 전리품인 포만의 카타르시스를
떡 주무르듯이 사용하고 있다
물렁거리는 인절미의 식감이
혀로 핥기에 좋았던 걸까,
축 늘어진 혓바닥을 한동안 받쳐 들고
중년의 티를 내며
입가에 고물이 묻은 줄도 모르고
한입 가득 떡의 말을 우물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