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목련꽃 여자 - 이양덕
이양덕
2015. 1. 31. 16:45
목련꽃 여자
이양덕
겨울의 매듭을 풀고
흰 부리 새가 빛을 쏘아올리자
나뭇가지마다 靑蛾한 꽃봉오리가 열리고
해 품에서 꺼낸 봄볕이 손을 펴서 다독거린다
희고 순결하여라, 더 더 더,
흰 세라복에 양갈래 머리를 땋아내린 계집아이의
매무새는 단아하고 섬약하여
명령어를 들이밀 때마다 탈출구를 찾아
사내아이들과 새총놀이 구슬치기 땅따먹기를 하고
연애편지를 쓰고 영화를 보고 빵집에서 미팅도 했지만
목련이 되기 위해선 선머슴아로 자랄 순 없지 않은가
빨간 아웃도어에, 워킹화, 배낭을 둘러매고
무릎에서 가지를 뻗고 푸른 잎이 돋아나도록
암벽을 오르고 또 오른다, 나는
지구의 꼭대기에 기필코 깃발을 꽂으리라
발을 뗄 때마다 두려움에 짓눌려 몸이 녹아내리고
신의 옷자락을 잡을 수 없는 설원에서
생의 절정을 순수로 꽃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