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망치 ㅡ 이만섭
이양덕
2015. 2. 27. 07:11
망치
이만섭
여기 망치가 놓여 있습니다,
못을 박다가 놀 저물었습니다,
이 저녁은 제 힘을 내려놓고 내일이면
다시 못의 정수리를 내려치는
망치로 돌아갈 테지요,
그렇지 않는 망치는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짝에도 쓸모없겠지요,
꽝꽝, 저 힘에서
자루를 움켜쥔 손바닥에 옹이가 박히도록
벌목공이 나무를 베어 집을 짓듯이
거듭난 못은 성체와 같습니다,
바람벽 앞에서 망치는 순종의 기록입니다,
누구도 물을 수 없는 질문입니다,
혼돈에 종지부를 찍는 필살기는
마침내 부활을 지켜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