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봄의 초대 - 이만섭
이양덕
2015. 3. 3. 09:51
봄의 초대
이만섭
나무는 꽃가지를 들고 왔다,
햇밫은 나비를 몰아서 오고
공중은 노고지리를 띄워
파란 하늘을 노래 부르게 한다,
바람은 이런 기분을 한결 도드라지게 하고
냇물도 情談을 싣고 오는지
귓가에 부려놓은 한 수레의 바퀴 소리
구릉에서 이는 흙먼지가 연못가에서 사라지는 걸 보니
토룡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는 게 분명하다,
아무래도 하늘땅이 새판을 짜는 듯
양지의 풍경이 점입가경이다,
누군가 말을 타고 온다는 전갈이 왔다,
숨소리 가쁜 길목에 나가
수양버들은 기다란 소맷부리 저어
춤사위로 맞이할 것인가,
언 땅 물러지는 해토의 울렁거림 속에
멀구슬나무 등걸에 말라붙은 풍뎅이 껍질이
먼지잼에도 꿈틀거릴 것만 같은데
이 모든 것은 앳되고 신비하기만 해서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나는
온종일 바람머리의 풍경처럼 싱숭생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