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꽃집 앞 - 이만섭
이양덕
2015. 6. 15. 06:47
꽃집 앞
이만섭
꽃집 앞을 지날 때면
모락모락 설레는 수많은 얼굴을
마주치는 기분인데
햇살 좋은 아침을 놓치고
초저녁 달을 놓치는
나를 부끄럽게 하는 얼굴도 있다
한때는 기다렸을 얼굴
한때는 훔쳐보았을 얼굴
지금은 유목의 시절처럼 돌아보게 하는 얼굴
이 모두 모아놓으면 발걸음이 한 수레다
그 가운데 어떤 옆모습에서
외따로 흔들리는 공허함이 묻어나는데
나는 얼굴을 어루만지지 못하고
꽃 진 자리 지나와서
발등을 나무라듯
자습하던 옭매인 손을 거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