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우울한 셀카 - 이만섭
이양덕
2015. 6. 23. 07:09
우울한 셀카
이만섭
눈동자 속 얼굴을 꺼내기 위해
그가 필름을 보여주었지만
창을 통해서도 빛살은 그곳에 닿지 않았다
얼굴에도 구석이 있는 대목이다
흠칫 벌어진 그의 입에서
턱관절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내 얼굴이 나도 모르는 형상일 때
피해를 입는 것은 마음이다
자신을 위무하는 방법을 모르면
성형에 뒷덜미를 낚아채이듯
세상에 타인은 절대 없다
모든 얼굴은 근친으로 이루어져
낯선 얼굴도 마주보는 순간 거울이 되는 것이다
그의 입 벌린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근황을 설명하고 있었음에도
혐오스러운 표정을 견딜 수 없어
필름을 가위질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아름다움은 장애물을 지나 있는데
위무하는 방법을 놓치고
패배로 맞서는 얼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