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살구 - 이만섭

이양덕 2015. 7. 2. 07:18

 









 살구 


         이만섭




   청초 우북한

   유월의 흙담 아래서

   볼우물에 동심원 퍼지는 설렘으로

   꽃다발 받아든 이름

   도망치듯 달아나 누이 몰래

   주머니 깊숙이 숨겨놓고

   밤새 끙끙대다가

   가슴까지 번진 분홍빛

   봄은 저물었어도

   그 마음 흙담 아래 세우면

   두근거림은 다시 살아

   침샘을 터트리듯 뛰쳐나올 것만 같은데

   끝내 불러내지 못한 이름

   글귀 닳아버린 시구를 읊조리듯

   입안을 맴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