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푸른 말을 타고 - 이만섭

이양덕 2015. 7. 27. 09:08









푸른 말을 타고

 

    이만섭

 

 

 

갈기가 무성한 말을 타고

그 숲길에서 달리는 말과 한몸이 되었다
숲에도 광활한 초원이 들어 있다니
맑은 내를 건너 도착한 자귀나무 분홍 꽃
꽃그늘 아래 펼쳐진 풋풋한 방초들,
칠월의 풀 내음이 꽃향기에 섞여

슬몃슬몃 콧등을 문지르며 다가오고

코끝은 왜 이리도 들썩이는가,
말을 메어놓은 나뭇등걸에서
숲이 절단 나도록 울어대는 매미 소리
소리에 얹혀 바람이 나뭇가지 사이로 빠져나가는
한때의 꿈을 좇는 이마 위에
톡-하고 떨어진 초록 물방울이
관자놀이를 타고 귀밑으로 흘러내린다
나무에 메어놓은 푸른 말은 허공으로 긴 목을 올려
장장하일이 다하도록 달리고 싶다는데
초록 갈증을 풀어내던 나는
고개만 끄덕이며 돌아갈 생각을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