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홀로서기 - 이양덕

이양덕 2015. 8. 10. 05:51










  홀로서기


        이양덕




     눈부신 샹제리 아래서 상기된 얼굴로

     이층 계단에 걸린 자화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데

     하얀 생각 하나가 뒷통수를 스윽 긋는다.

     사뭇 결연한 눈빛을 보니

     팔랑거리는 귀와 벌름거리는 코를 틀어막고

     주석註釋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땐

     비통하고 절망하지만

     고봉밥에 고깃국을 배불리 먹고

     自己 사랑하는 생각들로 꽉 채우고 숨통만 남기는거야

     봄바람에 하늘거리다, 오뉴월 뙤약볕에 잘 여물어서

     낙엽 따라 걷고 또 걷다가

     눈 속에 파묻혀서 떼 묻은 나를 벗어버리고

     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나비로 우화하여 훨훨 날아가면 그뿐,

     깡소주 두 병을 마셨어도

     가로수는 뒤쫓아 오지 않고

     밟고 선 땅바닥이 폭삭 가라앉지도 않는다

     달 사랑에 빠져서 늪이 하늘인줄 착각하지 않고

     어둠이 혼돈을 업고 올 때 날 안아줄거야

     홀로서기에 대한 자기해석을 말하고 있는

     그의 표정이 담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