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남과 여 - 이양덕
이양덕
2015. 10. 16. 06:54
남과 여
이양덕
물고기가 살지 않는 행성에서,
해가 뜨지 않는 행성에서,
목숨걸고 온 눈빛이 깊고 푸른 남자가
나리꽃 만발한 호숫가에서 염소와 산책을 하고
고양이를 싫어하는 여자는 빨간 풍선을 타고 물고기를 잡는다
서로 기호가 달라서
카페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는 남자와
파더즈 티의 장미향에 반한 여자가
손을 꼭 잡고 명사십리 해변을 걸으며
삽화 같은 오늘을 쉴 새 없이 클로즈업 하고
끝없는 파랑과, 해당화, 꼭 끌어안은 연인들이 배경이 된다
땀 냄새가 나는 어스름한 골목을 빠져나와
서점으로 간 여자는 김수영의 사랑을 읽고
남자는 프로이드의 심리학을 펼친다
둘이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복숭아와 수박화채를 좋아하지만
방향이 다른 창 앞에서 아침을 기다리고
침묵의 강을 건너는 남자의 심중을 읽지도
나팔꽃을 심는 여자의 안쪽을 바라보지도 못한
마음의 분포도가 불가사의다
아낌없이 사랑하다 명멸해 갈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