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레시피의 세계 ㅡ 이만섭

이양덕 2015. 10. 26. 07:30









    레시피의 세계


       이만섭




     가젤을 사냥한 사자에게

     초원은 생고기를 올린 상차림


     한끼의 식사에도

     몸은 입을 위해 얼마나 헌신적인가,


     불에 구워진 칼로 물을 잘라내듯

     저글링하는 저 여자

     접시의 당초무늬를 꼭꼭 숨기고 있다


     저것은 신이 알려준 한 수,

     적바림을 꼬깃꼬깃 접어

     다시 안주머니 깊숙히 넣는다


     음식을 비우는 일은

     숨겨진 당초무늬를 찾아내는 일


     짜장면의 검은 늪에서

     언뜻언뜻 반짝이는 칼 맞은 양조각들

     향불처럼 번지는 피의 향기

     순백의 그릇이 이때처럼 넉넉할 때가 없다


     우리는 손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 상대에게

     눈으로 마음을 읽게 하려고

     손바닥을 내민다


     더불어 속을 보여주는 음식들,

     맛이라는 감각은 그렇게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