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謝過 ㅡ 이만섭
이양덕
2015. 10. 30. 05:37
謝過
이만섭
한 개의 사과를 나누기 위해
절반을 자른다 이때 사과의 이유는
껍질이 붉다는 것,
이것은 보편적 방식이지만
이상적인 것은 그 가운데 있다
과도가 지나간 단면은 선분 없는 입체도형
독성이 강한 씨앗도 나누어지고
바닥에 등을 대며
벌렁 눕는 사과의 붉은 표면
또 다른 시선이 수줍음을 찾아내 듯
방금 태어난 두 개의 원형이 희고 순수하다
사과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과원의 나무에 열매로 달려있을 때도
정물화로 그려져 갤러리에 걸려있을 때도 아니다
사람 사이에 놓여 마음을 비추듯
그 고운 빛깔을 뿜어낼 때다
마침내 달디 단 속살을 베어 무는 입들,
이것이 사과를 먹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