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따라온다 - 이만섭

   누가 따라온다

        이만섭

     그림자가 붙어오듯 누가 따라온다

     생각 깨울 때마다 등 뒤를 가만하게 밀치듯

     돌아보면 저만치에 내가 있다

     숲길에서는 나무들 사이로

     들길에서는 들바람을 떠안고

     그런 저녁은 배웅하듯 좇아와서

     호명하지 않아도 발길은 지난여름에 피었던

     방천길의 자귀나무 아래를 지난다

     그 분홍 끝에서 저녁노을을 노래하던 휘파람새는

     지금은 어디에서 노래하고 있을까,

     잠시 나를 분별하듯 다녀가는 기억의 기별에도

     도무지 좁힐 수 없는 거리여,

     나의 발길을 옮겨놓듯 따라오는 이것은

     달밤에도 텅 빈 마당가 내다보듯 앞세운다

     하얗게 핀 박꽃을 에돌아 흐르는 달빛자락이 몽롱하다

     따라오고 따라와 먼 밖의 강물소리에

     귀 열어주고 있는 이 다가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