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꿈을 꾸어주는 사람 - 이만섭
이양덕
2015. 11. 13. 07:45
꿈을 꾸어주는 사람
이만섭
그대는 밤을 기다리고 나는 꿈을 거져온다
내가 밤을 기다릴 때 그대가 꿈을 가져가듯
꿈이라는 게
바람으로 채운 용기와 같아
잠속의 꿈은 아침이 오면 헛되이 돌아가고
그런 꿈을 그대가 꾸어줄 때
내게도 날개가 돋는다
밤하늘의 별이 이마에 입을 맞추며
꿈길을 안내해주던 어릴 적
어머니의 등걸에서 잠든 저녁은
전생의 기념일 같이 어렴풋이 기억될 뿐
꿈을 찾아 떠난 그 이후의 잠은
불면의 도피였다
그런 꿈은 골목을 헤매다가
저녁을 맞는 길 잃은 미아처럼
어디에도 대문 하나 보이지 않는 발길인데
현실은 꿈을 위해 얼마나 아팠던가,
꾸어도 꾸어도 헤매는 꿈 앞 에 은하가 흐르는데
무지개다리를 놓아주듯이
혼자 꿀 수 없는 꿈을 꾸어주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