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발가락들 - 이만섭

이양덕 2015. 12. 1. 07:36

 

 

 

 

 

 

 

 

 발가락들


      이만섭

 

 


   발가락들이 고개가 가지런하다

   그의 자리가 벽에 박힌 못 같아

   숨어 있거나 드러나 있거나 개의치 않는 고개들은

   총소리 울리기 전 출발선에서

   트랙으로 뛰쳐나갈 자세 같은 간격으로

   신기하게도 서로 무언가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 발을 나는 모르고 살았다

   몸의 하중이 이것들을 부릴 떄

   무개를 지우는 능력을 간과했다

   신발에 가려지고 양말에 감추어진 저 고개 없이

   한 발자국도 옮겨놓지 못하는 몸인데

   까치발을 올릴 때 그 기분은 무엇이었느냐,

   백 번 천 번 생각해봐도 내가 달릴 때

   발가락은 아마도 감춰진 날개가 아닌지 싶다

   그러고도 그것을 간파하지 못한 몸이란

   생각할수록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