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7일[앵커브리핑] 앞모습만 반듯하면 되는…'관물대의 기억'
http://news.jtbc.joins.com/html/669/NB11143669.html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매일 저녁, 점호를 앞두고 관물대를 정리하던 일. 모포의 위아래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가며 그야말로 칼 각을 잡아야 했지요.
그 와중에 소위 '짬밥'이 되는 선임병들은 종이박스를 모포 사이에 끼워 넣는 꼼수를 쓰기도 했습니다. 정작 깨끗이 정리해야
할 양말과 속옷가지들은 각 잡힌 모포 뒤에 은폐, 엄폐되곤 했습니다.
앞모습만 반듯하면 되는. 뒷모습이야 어찌되든 말든 상관없었던 군대 관물문화의 기억.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나중에 말씀드
리겠습니다.
서로 의견차이 없이 같은 경우를, 우리는 이심전심이라고 합니다. 굳이 말이 필요없다는 의미.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 이심전심만 있을 순 없겠지요. 서로의 의견이 다를 경우. 소통, 즉 설득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발생
합니다.
이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요, 본능이다. 커뮤니케이션학의 기초에선 이렇게 가르치더군요. 그 설득을 통해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
카타르시스를 주고 효율도 극대화되는 것이겠죠.
당연합니다. 소통의 욕구와 본능이 해소돼가는 과정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지금의 국가와 시민 사이의 관계도 그러한가.
고용노동부가 노동시장 개편에 대한 청년들의 인터뷰 내용을 '사전조율'하려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각 대학의 전 총학생회장들에게 노동관계법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는 것인데 그냥 거기까지였으면 좋았을 뻔했습니다.
미리 정부 입장에 호의적이라 판단되는 사람만을 인터뷰하고 게다가 그 내용에 동의를 구한다며 실수로 엉뚱한 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는 해프닝은 듣는 귀를 의심하게 합니다.
바로 얼마 전엔 그 고용노동부의 장관이 팩트가 틀린 희망사항을 놓고 대학생들 앞에서 팩트를 논해 쓴웃음을 짓게 했던 일도 있었
습니다.
모두 설득의 과정을 생략한 채 일방적인 정답만을 강요하다 생긴 일들이었습니다.
노동관계법은 대표적으로 이견이 부딪히는 사안입니다. 이심전심이 될 수 없는 첨예한 정부의 정책입니다.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으로 설득이 될 수 있다고 여긴 요령부득의 정부. 그리고 이런 인터뷰가 대부분 청년학생들의 의견이라고
포장하고 싶은 단수 낮은 꼼수.
이것은 자칫 보여주기만을 위한, 속은 어찌 됐든 겉만 그럴 듯하면 사람들은 그렇게 봐줄 것이라 여긴 관물문화의 산물이 아닌가.
의견이 맞는 사람만의 인터뷰를 마치 청년들의 의견인 양 포장하려 한다면 종이를 끼워넣어 억지로 앞모양만 만들어낸 관물과
무엇이 다른가.
청년들의 진짜 의견이 각 잡힌 관물 뒤의 헝클어진 속옷들처럼 은폐, 엄폐될 수 있는 것인가.
그나저나 군대에서는 아직도 그렇게 관물을 정리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오늘(7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