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꽃의 유적지 - 이양덕

이양덕 2016. 3. 18. 08:31

 

 

   꽃의 유적지

 

                               이양덕

 

 

     저 문을 열면 알 수 있을까,

     어느 별에서 와 꽃으로 피었는지

     누가, 분홍 색감을 입혀 심장을 쏘아대는지,

     신념을 가지고 파랑새가 있다고 믿어온

     무지개 뜨는 저 편을 활짝 열자

     떠나온 꽃들의 차가운 입김들로 자욱하다

     이별의 아픔쯤은 등뒤로 던져버려야 한다며

     난, 오직 꽃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순명한 꽃의 입술에 봉인해 놓았던 말들이

     순서 없이 튀어나올 땐 황망하구나

     돌아가려네, 내 꿈꾸던 정원으로

     내밀던 긴 팔은 어디에 숨었는가,

     지금은 허공을 가득 채운 빗방울들이

     난해한 문장을 독해讀解하고

     꽃은 그리움을 지우지 못해 碧空을 오르며

     눈물 자국 위에 '사랑했어요' 라고 써 놓고

     뿌리도 없는 구름에게 점령당한 채

     향기 뿐이었던 생의 비망록을 허공에 쓰는

     비문도 없는 유적지가 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