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봄의 속도 - 이만섭

이양덕 2016. 4. 1. 12:05









봄의 속도



           이만섭



고막이 간질거려 견딜 수 없다
가슴을 밀치며 당도한 맨발들의 칸타타

문밖은 더 아우성이다

행진의 리듬에 맞추기라도 한 듯
창문 쪽에선 데시벨을 높여가며
팡팡 터지는 폭죽 소리

골짜기를 내려온 파르티잔이
일렬로 늘어선 강둑의 벚나무에
폭약을 설치했나,

강변을 나는 큰고니 떼
강물 위에 풍덩 풍덩 떨어지고
잿빛 무늬를 수놓던
볼품없던 떠돌이 구름도
하늘 밖 멀리 배경으로 물러앉았는데

환해진 광경을 잠 깬 개구리처럼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본다